
Lv.60
이 정도론 만족 못 해
'아... 또 이꿈이다.'
호화롭고 커다란 객실. 테이블 위에는 형형색색의 디저트들.
'그렇다는 건 오늘 밤도―'
보우쇼쿠
또 왔구나.
'역시 보우쇼쿠 씨다.....!'
보우쇼쿠
몇 번을 와도 소용없어. 너에게 과자를 나눠 줄 생각은 없다.
이즈미 레이
아니요, 그럴 마음은 없어요. 그저, 정신 차리고 보니 여기에 있어서......
보우쇼쿠
어찌 됐든, 나는 이제 식사 시간이다. 방해하지 마.
그렇게 말한 그는 테이블에 앉는다.
'역시, 아무리 봐도 마코토 씨와 꼭 닮았어......'
보우쇼쿠, 라고 자칭하는 그는 먼저 과일 타르트를 접시에 올려 날름 먹어 버린다.
'저 단맛을 좋아하는 모습도 틀림없이 마코토 씨지.'
보우쇼쿠
몇 번을 말해야 아는 거냐. 거기에 우두커니 서 있어도 너에게 이 케이크를 줄 일은 없어.
이즈미 레이
그렇게 말씀하셔도... 갈 곳이없어서...
'마음대로 꿈에서 깨어날 수있는 것도 아니고'
보우쇼쿠
그렇다면 적어도 앉아 있도록, 그게 매너일 것이다.
진짜보다 훨씬 *방약무인한 모습에 망설이면서도, 옆자리에 앉는다.
*곁에 사람이 없는 것처럼 아무 거리낌 없이 함부로 말하고 행동하는 태도가 있음.
'그러고 보니..... 마코토 씨는 뭘 하고 있을까.'
츠즈키 마코토
이번 달은 마감과 연말 진행이 겹쳐서 수라장이다. 크리스마스쯤엔 정리되었으면 한다만.
이런 이야기를 했던 게 12월 초.
이후로 내가 먼저 연락하는 건 삼가고 있고, 업무에 관한 심부름도 없었다.
' 아, 이번엔 딸기쇼트케이크다.'
케이크를 먹는 보우쇼쿠 씨를 보고 있으면, 아무래도 마코토 씨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괜찮으려나...... 밤새워서 병나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보우쇼쿠
너, 남의 식사를 바라보는 게 그렇게 즐거운가?
마코토 씨와 같은 얼굴, 같은 목소리로 물어보니 이상한 기분이 든다.
이즈미 레이
사실 당신과 많이 닮은 사람을 알고 있어서, 그 사람도 단 걸 좋아하거든요.
보우쇼쿠
......
몽블랑을 잡으려던 손을 멈추고 나를 바라본다.
이즈미 레이
똑같이, 정말 맛있어 보이게 먹어서요.
그러자 그는 대담하게 웃곤......
보우쇼쿠
그 얼굴...... 그렇군.
네가 원하던 건 과자가 아니구나.
이즈미 레이
네?
그 의미를 깨닫기까지 몇초가 걸렸다.
이즈미 레이
엣!? 아니, 아니에요! 그런 게 아니라.....!
이즈미 레이
......!
울려 퍼지는 알람 소리에 눈을 뜨면 익숙한 침대가 있었다.
'맞다, 오늘은 크리스마스지'
이즈미 레이
안녕하세요. 마코토 씨. 원고가 끝난 거네요. 축하해요.
츠즈키 마코토
그래, 이번 밤샘은 이틀 밤으로 끝났다.
이 무슨 우연인가, 오늘 사무실로 향하니 세키 씨에게서 바로 마코토 씨에게의 심부름을 부탁받았다.
이즈미 레이
이건 선물로 가져온 케이크예요. 받아주세요.
츠즈키 마코토
고맙다. 마침 단 게 필요했던 참이야. 너도 함께 어때?
이즈미 레이
괜찮을까요? 그럼 감사하게...
커피를 내려 준 마코토 씨가 들뜬 모습으로 상자를 연다.
츠즈키 마코토
과일 타르트를 먹어볼까. 너는?
이즈미 레이
그럼, 딸기쇼트케이크로 할게요.
가게에서 어떤 거로 고를지 망설이다가, 모처럼이니 보우쇼쿠 씨가 꿈에서 골랐던 걸 사보았다.
'후후, 꿈과는 다르게 함께 먹을 수 있었네.'
츠즈키 마코토
......맛있군. 이 가게를 점찍다니, 좋은 선택이다.
눈을 가늘게 뜨고 타르트를 베어 무는 마코토 씨를 보고 문뜩 머릿속을 스친 것은―
보우쇼쿠
네가 원하던 건, 과자가 아니구나.
'아니, 아니...... 그건 그냥 꿈일 뿐이니까.'
츠즈키 마코토
그러고 보니 오늘은 크리스마스군.
이즈미 레이
그렇네요. 평일인 게 조금 아쉽지만요.
츠즈키 마코토
......
이즈미 레이
어라? 무슨 일 있나요?
마코토 씨의 손가락이 갑자기 내 입술로 뻗었다.
'!?'
츠즈키 마코토
끝에 붙어 있었다.
이즈미 레이
네? 우와, 몰랐어요. 부끄러운 모습을......
그러자 그는 대담하게 웃었다.
츠즈키 마코토
후, 그렇게나 원했나?
이즈미 레이
네......!?
보우쇼쿠 씨의 대사와 겹쳐, 말을 잃어버린다.
츠즈키 마코토
서두르지 않아도 케이크는 도망가지 않아. 천천히 먹으면 된다.
이즈미 레이
......그렇네요. 네.
두근거리며, 딸기 한 알을 입으로 옮긴다.
'그런 꿈을 꿀 정도로 나는―'
츠즈키 마코토
네 덕에 크리스마스다운 일을 할 수 있었군.
이즈미 레이
아니에요. 저도 함께할 수 있어서 즐거워요.
첫 번째 케이크를 다 먹은 마코토 씨가 몽블랑으로 손을 뻗는다.
새콤달콤한 딸기를 씹으며 나는 꿈과 마찬가지로 몰래 그를 바라보았다.
Lv.80
풍선이 이어주는 미래
이즈미 레이
마코토 씨, 슬슬 배고프지 않나요? 이 근처에 좋은 가게를 찾았는데요.
츠즈키 마코토
확실히, 벌써 오후 1시를 넘어갔군 휴식을 끼울까.
오늘은 동행하게 해서 미안했다.
이즈미 레이
아니에요. 서점 순례는 재밌어요. 저도 약물에 관한 귀중한 책을 구할 수 있었고요.
어느 토요일
나는 아침부터 마코토 씨의 자료 찾기에 동행하고 있었다.
이즈미 레이
생 파스타집인데요. 디저트도 제대로 되어있어서...... 어라?
문득, 나무 그늘에 눈길이 갔다.
어린 여자아이가 울 것 같은 표정으로 웅크리고 있었다.
이즈미 레이
마코토 씨, 잠깐 아이에게 말 걸어봐도 될까요?
츠즈키 마코토
그래.
가까이 다가가, 가능한 부드러운 목소리로 묻는다.
이즈미 레이
안녕, 엄마랑 떨어져 버린 거니? 아니면 어딘가가 아프거나 해?
여자아이
아......
이즈미 레이
언니는 무서운 사람이 아니니까 안심해.
여자아이
......
'경계 당하고 있는 건가... 아니, 이 시대에 낯선 타인을 경계하는 마음은 중요하지.'
이즈미 레이
경찰관님 불러줄까?
그러자 여자아이는 작게 고개를 저으며 나무 위를 가리켰다.
여자아이
......저기
이즈미 레이
!
높은 나뭇가지에 걸려 있는 건, 분홍색 토끼 풍선
'그렇구나, 그래서...'
이즈미 레이
여기엔 혼자서 온 거야?
여자아이
이 근처에...... 살아.
풍선을 사주고 엄마는 쇼핑하러가서...... 여기서 기다라고......
츠즈키 마코토
그러고 보니 공원 입구에서 팔고 있었지. 같이 새로운 걸 사러 갈래?
여자아이
새로운 건 싫어 저게 아니면 안 돼......!
그러던 중 타이밍 나쁘게 바람이 불어와―
여자아이
미미 쨩!!
이즈미 레이
!
풍선은 흔들흔들 흔들리며 날아가 더 높은 곳에 걸렸다.
여자아이
미미 쨩... 미미 쨩이... 흑
나와 마코토 씨는 얼굴을 마주 본다.
이즈미 레이
그게 그 토끼의 이름이니? 친구였구나?
여자아이가 끄덕인다.
이즈미 레이
알았어. 언니가 지금 데려올게.
여자아이
엣
츠즈키 마코토
기다려. 그런 거라면 내가 가지.
이즈미 레이
하지만 체중이 가벼운 쪽이 좋을 것 같아서요. 가지의 느낌으로 봤을 때.
츠즈키 마코토
...확실히 풍선 근처의 가지들은 꽤 가늘지만, 너라고 해도 조심하지 않으면.
이즈미 레이
네, 그쪽은 조심할게요. 마코토 씨는 아래에서 지켜봐 주세요.
츠즈키 마코토
그래, 맡겨졌다.
가방을 부탁하고 나는 조심스럽게 오르기 시작한다.
'그렇게 말하긴 했지만...... 잎이 무성해서 가지가 잘 안 보이네'
가까운 가지에 손을 뻗으려고 하는 그때.
츠즈키 마코토
거기, 그 건 틈이 갈라진 것처럼 보인다. 하나 위에 있는 걸 잡는 쪽이 좋아.
이즈미 레이
마코토 씨! 감사합니다!
츠즈키 마코토
다음은 거기서 세 개...... 그래, 그 가지가 낫겠군.
이즈미 레이
알겠습니다!
완벽한 내비게이트 덕분에 나는 [미미 쨩]에게 도달하여―
이즈미 레이
좋아, 잡았다!
여자아이
우와아!
츠즈키 마코토
방심하지 마. 천천히 하면 돼. 아까의 가지가 있던 장소는 기억하고 있지?
이즈미 레이
네.
아까의 조언을 떠올리며 천천히 내려간다.
계속 올려다봐 주는 마코토 씨의 눈빛도, 든든하다.
이즈미 레이
마코토 씨, 이 풍선 먼저 건네도 괜찮을까요?
고개를 끄덕인 그가 실을 단단히 잡아준다.
'좋아, 이걸로 안심이야.'
나는 안심하고 착지했다.
여자아이
언니, 멋있어!
이즈미 레이
운동은, 특기거든.
그러자 마코토 씨는 무릎을 꿇고 여자아이와 같은 시선이 된다.
츠즈키 마코토
자. 그녀가 너의 소중한 친구를 데려와 줬어. 하지만 바람이 강한 날에는 조심하는 게 좋을 거다.
이제 떨어지지 않도록 손을 꼭 잡도록 해.
'......!'
평소와는 살짝 다른 마코토 씨에 심박수가 올라간다.
'아이에게 이렇게 멋진 말을 할 수 있는 마코토 씨는 좋은 아빠가 될 것 같아.'
'핫, 이상한 생각 하고 있어. 나.'
여자아이
고마워! 오빠, 언니.
소중한 풍선을 꼭 잡고, 그녀는 꾸벅 고개를 숙인다.
여자아이
아, 엄마다. 엄마―!
그리고, 넘처흐를 듯한 미소로 달려갔다.
이즈미 레이
협조해 주셔서 감사해요. 마코토 씨의 내비 덕분에 무사히 데려올 수 있었어요.
츠즈키 마코토
다치지 않아서 다행이다. 너처럼 용감한 어머니가 있다면 든든하겠지.
이즈미 레이
엣
츠즈키 마코토
아니...... 타의는 없었다. 그럼 네가 말했던 가게로 가도록 하지. 디저트가 풍부하다니, 기대되는군.
이즈미 레이
네. 그러네요.
'......어머니.'
아무래도 우리들은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것 같다.
만약 자신이 [어머니]가 된다고 한다면, 그때― 옆에 있는 사람은 누구일까.
간지러운 마음을 숨기고 나는 그와 함께 걷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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